소설가 한강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첫 노벨 문학상 수상 뒤엔 번역의 힘도 커
한국 소설가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는 한국인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첫 사례로, 한국 문학계에 큰 의미를 지닌다. 한강은 수상 소감에서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고 밝혔으며,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작가들에게 긍정적인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강은 1970년 전라남도 광주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 한승원도 소설가로 문학적 환경에서 성장했다. 서울로 이주한 후 풍문여고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잡지사 ‘샘터’에서 근무하며 문학적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1993년 시인으로 데뷔한 뒤 이듬해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는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이 작품은 강한 트라우마를 겪은 여성이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극단적인 채식을 선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강은 이 작품을 쓰는 데 3년의 시간을 투자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의 문학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강의 문학 세계는 인간의 폭력성과 그에 따른 상처를 깊이 다루고 있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가 형성된 계기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 언급했다. 열세 살 때 아버지가 광주에서 학살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을 보여주었고, 이는 그에게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은 그의 작품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문학이 더욱 풍부해지는 원동력이 되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며 “역사의 트라우마에 맞서는 동시에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시적인 산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의 작품이 단순히 개인적 경험을 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고통과 치유를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강은 “내가 느끼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며, 이번 수상이 한국 문학 독자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에는 번역의 힘이 컸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맨부커상을 수상한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는 “언젠가는 한강이 노벨상을 받을 거라고 확신했지만, 오늘이 그날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서영채 서울대 교수는 “그간 많은 노력을 해온 한국 번역원의 힘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광호 문학평론가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변방의 언어인 한국어 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어 문학을 세계문학의 보편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유능한 번역자들의 출현이 이번 수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한국 여성 문학이 세계문학에서 드러낸 역량과 성취에 대해서도 주목하였다.
이번 수상은 한국 문학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며, 많은 이들이 한강 작가의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라고 평가하며, 한강 작가의 문학이 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켰다고 강조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화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사건으로, 한국 문학의 가능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한강 작가의 작품이 세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한국 문학이 국제적으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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